독수리 무뎌진 너의 부리론 맛있는 것 하나도 먹을 수 없어 씩씩한 너의 친구들은 하나 둘 저마다의 하늘 찾아서 떠난 지 오래야 너는 어찌 아슬아슬한 절벽 모퉁일 쓰린 발톱으로 움켜쥐고서 꼼짝을 않니 해와 달이 몇 바퀴를 돌도록 그 자리 그리 너는 있었네 독수리 젖은 너의 깃털론 푸른 초원 예쁜 꽃밭도 가볼 수 없어 야속한 너의 친구들은 누구도 울적한 너의 기분엔 관심이 없어 봄 여름 가을 없고 겨울뿐이던 짓궂은 계절의 농담에도 넌 괜찮았지 해와